편집자주
Part 1
Part 2
Part 3
Part 4
목차
편집자주
Part 1
1-1
1-2
Part 2
Part 3
Part 4
한국에선 작년 한 해에만 산업재해(이하 산재)로 2,062명이 안타까운 죽음을 맞이했습니다. 한국에서만 근로자 200명 당 1명꼴로 산재가, 그리고 1만 명 당 1명꼴로 사망 사고가 발생하는 겁니다. 세계보건기구(WHO)와 국제노동기구(ILO)의 공동 조사 에 따르면, 전 세계적으로 매년 200만 명이 산재로 사망한다고 합니다.

지난 6월 10일, 제110차 국제노동총회에서 ILO는 산재사고를 줄이기 위해 ‘노동기본권’에 ‘안전하고 건강한 근로환경'을 추가했습니다.
(1998년 <노동 기본원칙과 권리선언>에서 나온 ‘노동기본권’은 ▲결사의 자유 및 단체교섭의 효과적 인정 ▲모든 형태의 강제노동 철폐 ▲아동노동의 효과적 철폐 ▲고용과 직업상의 차별 철폐 등 4가지 분야로 이루어져 있습니다.)

더불어, ILO는 산업안전 보건 분야 협약 중 제155호(산업안전보건과 작업환경)와 제187호(산업안전보건 증진체계)를 모든 회원국이 존중·증진·실현해야 할 가장 기본적 협약으로 삼도록 했습니다. 한국은 2008년부터 위 두 협약에 동의해 따릅니다. 산업안전보건법 1조에도 노동자의 산재를 예방하고 안전한 노동 환경을 조성해야 한다는 목적을 명시했습니다.

국제적으로 안전한 노동환경의 중요성은 커지고 있지만, 한국의 산재는 매년 증가하는 추세입니다. 특히 환경미화원의 산재는 더욱 심각했습니다.

매년 산재로 인한 사망자 수는 약 2,000명으로 비교적 일정하지만, 환경미화원의 사망자 수는 계속해서 증가합니다. 왜 환경미화원에게 이런 일이 발생할까요?

  환경미화원은 크게 가로청소 인력과 수집·운반 인력으로 나뉩니다. 그리고 ‘SURFER’는 환경미화원의 노동 환경 문제를 심층적으로 살펴보기 위해 이들 중 상대적으로 더 무리한 육체 노동을 하는 수집·운반 인력을 중심으로 데이터를 수집·분석하였습니다.
Part 1.
쓰레기가 쌓일수록 산재가 쌓였다
1
환경미화원 사망사건 리포트
적재함 협착
2017년 11월 29일
광주광역시에서 23년간 환경미화원으로 근무한 노연수 씨(가명)가 적재함에 끼어 숨졌다.
노연수 씨는 위생매립장에서 적재함과 열린 덮개 사이에서 잔여 쓰레기를 치우고 있었다.
쓰레기를 처리하다 갑자기 수거 차량의 덮개가 닫혔고 그의 머리가 끼었다.
머리를 크게 다쳐 곧바로 병원으로 옮겨졌지만 그는 깨어나지 못했다.
사고 업체 관계자는 적재함과 덮개 사이에는 사람이 들어가지 못하게 막고 있다고 전했다.
기계가 오작동할 수 있기 때문이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청소차량 안전 부주의로 인한 환경미화원의 안전 사고는 잇따르고 있다.
업무상 질병
2018년 11월 13일
이정현 씨(가명)가 폐암으로 숨을 거뒀다.
지난하고 길었던 10개월간의 산재 승인 심사가 통과된 다음 날이었다.
이정현 씨는 순천에서 21년간 환경미화원으로 일했다.
슬레이트나 분진, 연탄 등을 옮기기도 했고 미세먼지가 심한 날에도 어김없이 출근했다.
청소차에 매달려 배기관 매연과 씨름하기를 20년.
매일같이 들이키는 자동차 매연은 조금씩 황씨의 건강을 좀먹었고, 퇴직하고서야 폐암을 발견할 수 있었다.
수술도 불가능한 4기였다.
회사에서 제공하는 건강 검진이 있었지만, 기본적인 수준에 그쳐 미리 폐암을 잡아낼 수 없었다.

※ 배경 이미지 출처: © 경상일보 http://www.ksilbo.co.kr/news/articleView.html?idxno=152327

골절/떨어짐/교통사고
2020년 11월 6일
대구광역시 환경미화원 박정태 씨(가명)가 교통사고로 목숨을 잃었다.
박정태 씨는 음식물 쓰레기 수거원으로 일했다.
박 씨는 그날도 여느 때와 다름없이 동료와 함께 다음 수거 장소로 이동하기 위해
청소차 뒷편에 매달려 신호를 기다리고 있었다.
그러던 중 음주운전자가 자신의 승용차로 음식물 쓰레기 수거 차량을 뒤에서 들이박았다.
당시 수거 차량 뒤쪽 발판에 서있던 박 씨는 충돌을 피하지 못하고 크게 다쳐 병원에 이송됐지만 결국 숨졌다.

청소차 뒷발판은 환경미화원을 사지에 내몬다.
그러나 업무 시간 안에 담당 구역의 쓰레기를 모두 빠르게 수거하기 위해서는 작은 뒷발판에 매달릴 수 밖에 없다.
결국 박 씨도 청소차 뒷발판으로 인한 사고를 피하지 못했다.

※ 배경 이미지 출처: ⓒ 서울경제 https://www.sedaily.com/NewsView/26243158GC

2
5년간 환경미화원 산재사고 현황
환경미화원의 산업재해 현황 
   *해당 데이터는 한국 표준직업분류 중 '환경·청소 및 경비 관련 관리자(153)', '청소원및 환경미화원(941)'을 추출한 데이터입니다.
   *데이터 출처. 근로복지공단 정보공개청구
환경미화원의 산업재해 현황 
*해당 데이터는 한국 표준직업분류 중 '환경·청소 및 경비 관련 관리자(153)', '청소원및 환경미화원(941)'을 추출한 데이터입니다.
*데이터 출처. 근로복지공단 정보공개청구
2016년부터 2020년까지 환경미화원의 산재 신청 현황은 2016년 4,870건에서 2020년 7,034건으로 증가하는 추세다. 이를 뒷받침하듯 승인 현황 역시 2016년 4,319건에서 2020년 6,354건으로 증가하는 경향을 보인다.

한편, 환경미화원의 산재 사고 승인율은 90%를 상회했지만 질병 및 사망 승인율은 50%를 웃돌고 있었다.

이에 대해 한국노동사회연구소 박채은 연구위원은 “업무 도중 위험에 노출된 사람들에게 어떤 병이 일어날 것이라는 예견 가능성이 쉽게 판단되지 않기 때문에 문제가 많다”고 말했다.

뿐만 아니라, 지자체와 정부의 질병·사고 통계에도 잡히지 않는 여러 산재도 존재한다. 금천구 환경미화원 최상열 씨는 “일단 찢어지고 베이는 것들은 산재로 취급을 안 한다.”며 “근골격계 질환도 다 알아서 치료받고 우선 다쳐도 (승인되지 않으니까) 산재 처리를 아예 안 하는 경우가 많다”고 전했다.

결국 떨어지거나 끼어야만 산재 처리가 쉽다는 말이다.
Part 2.
기인물별 산재 원인 1위, 수거차량
" 동료가 수거 차량 위에서 떨어졌던 적 있어요.
   그 사람은 사고 나고 6개월 동안 일을 쉬었죠.
   또 다른 사람은 음식물 수거 차에서 내리다가 미끄러져서 지금 입원 중이에요 "
- 금천구 환경미화원 이동진
" 동료가 수거 차량 위에서 떨어졌던 적 있어요.
   그 사람은 사고 나고 6개월 동안 일을 쉬었죠.
   또 다른 사람은 음식물 수거 차에서 내리다가
   미끄러져서 지금 입원 중이에요 "
- 금천구 환경미화원 이동진
2018년 고용노동부와 안전보건공단이 발간한 생활폐기물 수집·운반작업 「환경미화원 작업안전수칙 가이드」 에 따르면, 2015년부터 2017년까지 환경미화원의 산재를 초래한 직접적인 원인이 되는 장비(혹은 설비)나 물질은 ‘수거차량’, ‘바닥 및 지표면’, ‘용기, 꾸러미 및 기구’, ‘조각·파편·쓰레기’다.
▼ 환경미화원의 기인물별 재해발생 현황
▼ 환경미화원의 기인물별 재해발생 현황
수거 차량으로 인한 재해는 1,822건 중 679건으로 약 37%를 차지한다. 그 뒤를 잇는 바닥 및 지표면(18.7%), 용기, 꾸러미 및 기구(6.3%)에 비해 상당수의 사고가 차량에서 발생하고 있던 것이다.

쓰레기 수거는 차량과 함께 이동하며 이뤄진다. 환경미화원은 ‘차량’과 함께 이동하며 쓰레기를 수거한다. 서울 금천구의 경우 2016년에 ‘덤프 트럭’ 형태의 청소차는 20대에서 점차 감소해 2020년부터 더이상 운용되지 않는다. 그러나 서울시 전체 덤프 트럭 현황은 263대에서 290대로 오히려 증가 추세에 있다. 덤프 트럭은 수거원이 3m 이상 높이의 덤프트럭 적재함에 올라타 발로 쓰레기를 누르며 공간을 확보해야 하기 때문에 추락 위험이 크다.
금천구 압착 진개차
*흰색 영역을 눌러 사고 예방을 위해 차량에 탑재된 요소를 확인해보세요.
환경미화차량
위 사진 속 차량은 유압으로 쓰레기를 압착하는 ‘압착 진개차’다. 수거원이 떨어질 위험을 안고 차량 위에 올라타 직접 압축할 필요가 없다. 금천구는 덤프 트럭 차량 교체 외에도 2019년 환경부가 수거차량 내 안전장치 설치를 의무화하는 조항을 신설 하면서 안전 사고를 예방할 수 있는 여러 요소를 탑재했다.
  배기관 방향 전환, 충분치 않아
노원구 대행업체 수거 차량의 배기관
금천구 대행업체 수거 차량의 배기관
청소차의 배기관은 측면으로 꺾여 있는 구조다. 청소차 뒤편에서 일하는 수거원이 배기 가스를 고스란히 떠안는 것을 방지하기 위함이다. 그러나 금천구 대행 업체 환경미화원들은 “배기관 방향 전환으로는 폐질환을 예방하는데 부족하다”고 강조했다. 가스 노출을 막으려면 배기관 배출 방향이 하늘로 향해야 하지만 배기관 방향은 아래로 향했다. 그들은 “폐질환 발병 위험성을 떠안고 일할 수밖에 없다”고 말했다.
위험하지만 포기할 수 없는 뒷발판

중대재해처벌법 시행 이후 뒷발판을 완전히 제거했지만, 여전히 환경미화원들은 차량 뒤쪽에 매달린 채 이동하고 있다. 현재는 뒷발판 역할을 ‘적재함 잠금장치용 덮개’가 대신하고 있었다.

6월 10일(금) 종로구 환경미화원이 압착 진개차 뒤에 매달려 이동하고 있다.
7월 29일(금) 노원구 환경미화원이 덤프 트럭 뒤에 매달려 이동하고 있다.

중대재해처벌법 시행 이전에도 뒷발판은 도로교통법에 위반되는 설치물이었다. 하지만 환경미화원의 과중한 업무를 소화하기 위해 암묵적으로 용인됐었다. 그러다 중대재해처벌법 대상자로 경영책임자인 대행업체 사업주, 중앙행정기관장, 지방자치단체장까지 적용되자 수거 차량의 뒷발판이 제거됐다.

금천구 환경미화원들도 ‘안전’을 위해서는 뒷발판 제거에 동의하는 입장이다. 차량 외부에 몸을 실을 경우, 무방비로 차량과 충돌할 위험이 있고 악천후엔 추락 사고로 이어지기 쉽기 때문이다.

그런데도 환경미화원이 차량 뒤편에 매달리는 이유는, 3m 정도로 간격이 좁은 배출장소에서 쓰레기를 빠르게 수거하기 위해서다. 뒤에 매달리지 않으면 너비 5m가 넘는 차량의 앞뒤를 오가다 작업이 지연된다. 뿐만 아니라, 환경미화원이 1.5미터 이상 높이의 차량 조수석에서 반복적으로 오르내리기 때문에 근골격에 부담이 간다.

이처럼 뒷발판을 제거한 뒤, 높아진 노동 강도를 증명하기 위해 금천구·도봉구·구로구 환경미화원의 걸음 수를 만보기로 측정하고 있다는 민주노총 전국일반노조연맹 금천지부 환경분회 백수현 사무장의 연락을 받았다. 그의 연락을 받고 생활 쓰레기를 수거하는 환경미화원의 노동 현장을 찾았다.

Part 3.
주 6일, 하루 평균 20km, 30,000보

“형, 어제 (걸음 수) 얼마 나왔어? 난 어제 집에서 보니까 3만 4천”

“넌 차 졸졸 따라다니까 그렇지”

“나 어제 차 타고 다녔는데 그 정도 나왔는데”

금천구 대행업체 한일크린 소속 환경미화원 이동진 씨와 노우창 씨가 선 작업 도중 나눈 대화다. 토요일을 제외한 매일 밤 9시, 그들은 수거 차량이 진입할 수 없는 비좁은 골목에 놓인 쓰레기를 모아 큰 도로에 내놓는 선 작업을 시작한다. 도로에 정차한 수거 차량이 통행을 방해하지 않도록 쓰레기봉투를 한데 모아야 하기 때문이다.

7월 8일(금) 21시 40분 금천구 독산동의 한 골목 어귀


손수레에 일반쓰레기 봉투를 싣고 있는 이동진 씨를 만났다. 이 씨의 조끼 오른쪽 주머니에는 만보기가 달려있었다. 뒷발판을 제거한 후 이 씨의 평균 걸음 수는 3만 보다.
이 씨가 끌고 다니는 파란색 손수레에는 오물을 닦는 행주가 묶여있다.
이 씨는 “2년 전보다 맡은 구역이 늘어나면서 처리해야 하는 쓰레기의 양도 늘어났다”고 말했다.
“3만 보가 하루 평균이에요. 윗동네는 맡은 구역이 넓어서 하루에 5만 보 나와요. 우리 차량은 3.2t 짜리고 그쪽은 5t이라 평균 주행 거리만 42km 정도예요. 그 구역을 맡은 수거원은 그 거리를 죄다 걸어 다니는 거죠”

이 씨가 맡은 구역의 골목은 승용차 하나가 겨우 지나다닐 수 있을 정도로 좁다. 어떤 골목은 손수레도 끌고 들어가기 힘들어서 그가 일일이 손으로 쓰레기 봉투를 들고 나오기도 한다.

“대다수 환경미화원이 뒷발판 제거 후에 일이 더 힘들어졌다고 생각할 거예요. 차라리 발판 있는 게 낫죠. 상식적으로 뒷발판을 떼버리는 건 현장을 고려하지 않은 거죠. 지금 잠깐씩 올라타면서 작업해도 하루에 3만 보가 나오는데.”

작업을 시작한 지 4시간이 지난 새벽 1시. 금천구 한일크린 장광섭 환경미화원의 걸음 수는 3만 2천 보다.
환경미화원 노우창 씨가 작업한지 1시간이 지난 22시. 그의 걸음 수는 1만 5천 보다.
뒷발판 지지 전후 걸음수의 변화  *뒷발판은 적재함 잠금장치용 덮개를 의미합니다.
뒷발판 지지 전후 걸음수의 변화
*뒷발판은 적재함 잠금장치용 덮개를 의미합니다.
위 그래프는 7월 중 12일간 금천구·구로구·도봉구 환경미화원의 걸음 수를 시각화한 차트다. 적재함 잠금장치용 덮개를 발판 삼아 작업할 때의 걸음 수는 1만 5천 보를 웃돈다. 그러나 발판을 제거한 7일 차부터는 걸음 수가 2만 9천 보로, 발판 제거 전보다 거의 2배가량 증가했다.

금천구 환경미화원 이정원 씨도 뒷발판 유무에 따른 일의 강도는 ‘하늘과 땅 차이’라고 답했다. 이 씨는 말을 덧붙였다.“ “지금 점차 수거 차량이 저상차로 바뀌는 과도기라고 생각해요. 하지만 저상차도 자치구 현장에 따라 맞지 않을 수 있죠. 적재함은 작은데 차체는 커져서 좁은 골목을 통행하기 어려우니까요” 왜 저상차가 교체되지 않냐고 묻자 이 씨는 “무리없이 빠르게 오르내리기 쉬운 저상차 교체가 더딘 이유는 예산 부족 문제만이 아니다”라고 답했다.

22시 30분



이동진 씨는 편의점 앞에서 동료 노우창 씨를 만났다. 노 씨는 환경미화원 7개월 차다.

 - 일한 지 7개월 정도 됐는데, 다친 적도 있나요?
“있죠, 그럼. 게 껍데기나 뾰족한 과일 껍질에 많이 찔려요. 2주 전에 재활용 쓰레기봉투에 들어있는 게 껍데기에 찔렸어요. 일반 쓰레기봉투 안에 있는 주사기 바늘에 찔리는 경우도 있고요. 그러면 일 끝나고 병원 가서 파상풍 주사를 맞아요. 목장갑을 끼고 일해도 그냥 이곳저곳에서 많이 찔려요”

7년 차인 이 씨도 1년에 한두 번은 유리나 뾰족한 것에 꼭 찔린다고 답했다.

23시 50분



이 씨와 1차 선 작업을 끝내고 처음 만났던 장소로 돌아왔다. 선 작업이 끝나면 큰 도로에 나와 있는 쓰레기봉투를 수거 차량에 싣는 작업이 진행된다.

3.5t 수거 차량 운전기사 A씨는 학생들이 취재를 위해 동행할 경우 맡은 구역의 절반은 뛰어다녀야 할 것이라며 거절했다.

“차에 쓰레기봉투를 실을 때는 차를 졸졸 따라다녀야 하니까 훨씬 힘들어요. 그래서 운전기사도 학생들이 취재하는 걸 꺼리는 거예요"라며 이 씨는 운전기사가 동행을 거절한 이유를 설명했다.

5t 수거 차량 운전기사 이정원 씨는 쓰레기를 한 트럭 채울 때까지만 태워주겠다며 조수석 문을 열어줬다. 차에 올라 타니 수거 차량 후미를 볼 수 있는 모니터가 보였다. 수거원들이 쓰레기봉투를 싣고, 적재함 잠금 장치용 덮개에 올라탄 모습을 확인할 수 있었다.

적재함 잠금장치용 덮개에 수거원 두 명이 매달려있는 모습을 차량 모니터로 확인할 수 있다.
 - 덮개에 매달린 수거원들이 위험해 보여요
“차가 크니까 대로변에서만 작업하는데 밤이라서 차들이 엄청 쌩쌩 다녀요. 운전하는 저도 겁나는데 뒤에 매달려서 일하는 사람들은 더 무섭겠죠. 그래서 저는 매일 세차해요. 밤에 작업하려면 차가 밝아야 안전하니까요. 정말 차를 무지하게 닦습니다”

 - 주변 동료의 사고를 목격한 적도 있나요?
“많이 봤죠. 운전하다 보면 주변 동료가 아니더라도 교통사고를 자주 봐요. 가만히 서 있기만 해도 들이받을 때도 있어요. 2년 전에 다른 회사에서 사고났다고 전화와서 알게 된 경우가 있었어요. 적재함에 발판이 있을 때가 익숙하니까 발을 습관적으로 올리게 되거든요. 신참이 선배가 발을 올리는 걸 보고 그냥 자연스럽게 발을 올리고 있다가 본의 아니게 유압 압착 기계에 빠졌다는 거예요. 안전화를 신었으니 발톱만 빠지고 끝났지, 안전화 아니었으면 쇠 덮개 적재함에 눌려서 발이 으스러졌겠죠”

00시 20분 독산동에 위치한 H 산업센터



환경미화원의 노동 강도는 지역 특성에 따라 상이하다. 유독 좁은 골목이 많거나, 위험한 쓰레기봉투가 많이 배출되거나, 맡은 구역이 더 넓을 수도 있다. 이런 특성이 환경미화원의 노동 환경 개선 방안을 자치구에 일률적으로 적용하기 어려운 이유다.

“금천구에 특히 봉제공장이 많아서 옷 만들고 남은 자투리 원단 쓰레기가 정말 많이 배출돼요. 천이라서 75L 봉제 쓰레기봉투 하나에 40kg 정도 나가요”

그들은 바닥에 질질 끌 정도로 무거운 봉제 쓰레기봉투를 무릎 반동을 이용해 적재함에 던졌다. 한 환경미화원은 작업 도중 75L 쓰레기봉투 위에 몸을 기대 숨을 골랐다. 성인 여성이 두 손으로 들었을 때, 겨우 땅에 떨어질 정도의 무게였다. 이정원 씨는 빨리 실어야 그만큼 더 쉴 수 있으니까 한 번에 두세 개씩 처리한다고 했다.

“지금까지 봉제 쓰레기 98개를 치웠어요. 매일 집계하고 있는데 하루 최소 80개에서 최대 298개까지 처리해요. 어제는 210개. 오늘은 첫 장소에서만 98개니까 양이 많은 편이죠. 저번 주는 총 900개를 실었고 한 달에 최대 5,000개까지 실은 적 있어요”

9일(토) 00:52분 독산동 금천자원재활용처리장(적환장)



5t 트럭에 탑승한 지 한 시간 정도 지났다. 꽉 찬 적재함을 비우러 가는 길. 이정원 씨는 이제 오늘 작업의 5분의 1이 끝났다고 말한다. 이 씨는 적재함을 비우고 바로 쓰레기를 실으러 출발했다.

나머지 작업은 밤새 이어졌고 이 씨는 오전 6시에 모든 작업이 끝났다며 문자를 보냈다. 당일 처리한 봉제 쓰레기 집계 표를 찍은 사진과 함께.

이 씨는 매일 작업 구역에서 나오는 봉제 쓰레기 봉투의 개수를 집계한다. 7월 9일(토)에 처리한 봉제 쓰레기는 총 188개다.
Part 4.
허울뿐인 ‘환경미화원 작업안전 가이드라인'
2019년 3월 환경부는 ‘환경미화원 작업 안전 지침'을 전국 지자체에 통보했다. 주간작업 전환, 3인 1조 작업, 악천후로부터 보호 등 환경미화원의 안전한 노동 환경을 구축하겠다는 내용이 골자다. 올해 2월 발표한 ‘환경미화원 작업안전 가이드라인'에는 안전장치 설치 및 보호장구 규정 등이 개선됐다.
7월 1일(금) 금천구 환경미화원 최상열 씨는 “대행업체 환경미화원이 소방관보다 산재 건수가 더 높다고”고 말했다.

문제는 작업안전 가이드라인이 현장에서 제대로 반영되지 않는다는 것이다. 4년 차 환경미화원 최 씨는 “엊그저께 금천이 비 제일 많이 왔는데도 작업했다”며 “2년 전에 버스도 못 다닐 정도로 폭설내렸을 때 딱 한 번 쉬었다”고 말했다. 최 씨는 “악천후로 작업 중지하는 경우는 드물다”고 덧붙였다. 6월 29일(수)은 중부지방에 오전 1시부터 호우주의보가 발효된 날이다. 30일(목) 금천구는 일간 누적 강수량 196mm를 기록했다. 서울시 평균 일간 누적 강수량은 176mm였다.

110년만에 기록적인 폭우가 내렸던 지난 8일(월)에도 강남구 환경미화원들은 비에 젖어 미끄러운 적재함에 올라타 평소대로 쓰레기를 수거했다. 최 씨는 지켜지지 않을 안전 지침 개정보다 높아진 노동 강도에 대한 정당한 보상이 필요하다고 덧붙였다.


이에 한국노동사회연구소 연구위원 박채은 씨는 임금 인상과 인력 충원은 높아진 노동 강도를 해결하기 위한 근본적인 방법이 될 수 없다고 말했다.

 - 임금 인상이 근본적인 해결책이 될 수 없는 이유가 궁금하다.
임금 문제에서 그치면 안전사고와 산재를 줄일 수 없다. 산업안전보건법을 살펴보면 사업주에게 근로자들의 안전과 보건 보장과 증진 등에 관해 규정하고 있다. 해당 시행령에 따라 적절한 조처를 할 수 있도록 요구를 할 수 있어야 한다. 예를 들어 뙤약볕에서 내내 일하는 노동자가 임금을 올려달라고 할 것이 아니라 이런 곳에서 일하면 생명이 위태로우니 작업을 중지할 수 있게 해달라는 목소리가 필요하다.  - 그렇다면 노동자의 노동 안전 인식 개선이 필요하다는 뜻인가.
사업주가 기본적으로 산업안전보건법 의무를 지켜야 한다는 생각이 제일 중요하다. 노동자 대상 안전 교육뿐만 아니라 사업주 대상 안전 교육이 필요하다. 사고가 일어난 후 교육받는 수강 명령이 아니라 선제적으로 사업장 수준에 따라 이뤄져야 한다.

“재해를 줄이기 위한 방법은 자명하다. 각 현장에 맞는 안전 및 보건 조치 의무를 사업주가 제대로 이행하는 것이다. 휴게시간 확보, 노동시간 축소, 악천후 등 위험한 상황에서의 작업 중지가 제대로 이루어질 수 있어야 한다”고 박 연구위원은 강조했다.
저널리즘팀
정세진  조은수  박성영  이유민

개발팀
장한빛